도시정비사업을 앞두고 우리 마을의 풍수지리적 가치가 궁금한 조합원들을 위해 풍수지리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편은 서울의 대표적인 명당, ‘반포’로 <생활 속의 풍수 그 진리를 탐구하다>의 저자이자 마산박물관 대학에서 강의하시는 풍수지리학자 주재민 소장님께 그 가치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반포, 물과 산이 어우러져 생기가 충만한 곳
풍수가 좋은 곳은 자연환경의 위치가 탁월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좋은 쪽으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숨은 명당으로 꼽히는 반포동도 그런 곳입니다. 반포동은 백두산에서 분기한 한남정맥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우면산(293m)’의 기운이 뭉쳐진 지기(地氣)가 왕성한 땅입니다. 이러한 근본(우면산)이 있는 곳을 ‘산유조길래(山有祖吉來·산이 근본이 있으면 길함이 온다)라 합니다.
반포동은 순우리말 지명으로 ‘서릿개(서리서리 흐르는 개울)’로 불립니다. 물이 ‘직류수’면 재물과 생기가 곧장 빠져나가 ‘흉수’지만 서리서리(굽이굽이) 흐르는 ‘반포천’은 지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포동은 한강과 반포천을 사이에 두고 ‘땅심이 뭉쳐진 곳’입니다. 반포천은 우면산에서 시작해 방배동에서 지류인 사당천과 합쳐진 뒤, 최종적으로 반포동에서 한강으로 흐르는 한강수계의 지방 하천으로 대단히 좋은 물(吉水)입니다. 과거에 이곳은 ‘반궁수(터를 외면하는 물)’형태의 터여서 한강이 범람해 홍수 피해를 입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1972년 이수택지개발 계획을 통해 한강에 제방을 쌓았고, 튼실한 방조제 덕분에 한강은 반포동의 땅심을 지속적으로 단단히 다져주었습니다.
이러한 곳을 ‘견토인강, 약토인유(堅土人强, 弱土人柔·땅이 강하면 뛰어난 사람이 나오고, 땅이 약하면 나약한 사람이 나온다)’라 합니다. 게다가 우면산을 중심으로, 대모산, 구룡산, 관악산, 호암산이 펼쳐져 있어 ‘병풍산’ 역할을 해줍니다. ‘병풍산’이 외부의 흉풍과 살기를 막아주므로 반포는 주거에 최적화된 공간입니다. 물과 산이 어우러져 생기가 충만한 삶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의인이 배출되는 터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에는 국보 제319-1호 동의보감, 보물 제523호 석보상절 권6·9·13·19, 보물 제1593호 해동여지도 등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량 소장하고 있습니다. 몽마르뜨 공원 아래쪽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힘찬 산줄기의 연장 선상에 있으므로 지세(地勢)가 대단히 충만하여 소장한 문화유산이 더욱더 빛을 발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산실이 될 것입니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산실”
반포 지역에는 ‘언구비’라는 비들이 세워진 비석거리가 있습다. 조선말인 순조 11년 무렵 사회가 문란한 틈을 타 도둑들이 민가를 수탈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의협심이 강한 아홉 명의 무명(無名)의 선비가 의병을 조직하여 도둑을 물리치고 양민을 보호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아홉 개의 비석을 세웠으나 일제 말에 없어지고 현재 이곳에는 ‘언구비공원’이 남아있습니다. 또 925년 을축년(乙丑年) 대홍수시 잠실리(현재의 잠원동) 주민들이 수해로 집을 잃자 흥동소학교를 세운 부호 김주용 선생이 이곳에 가옥 20채를 지어 도움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반포 지역은 의인들이 배출되는 터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이후 반포의 풍수지리
현재 반포의 일부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변화는 사람들의 물질적, 환경적 삶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재건축 시 풍수지리 해석도 달라집니다. 기존보다 높은 층수로 조망이 확보되고, 월등히 많은 세대를 확보함으로써 북동쪽에서 흘러들어오는 한강의 기운(물=재물)을 흡수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강하게 치는 물기운은 강인한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할 것입니다.
“한강의 기운을 흡수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곳”
기존보다 강건하고 탄탄한 건물은 바람과 물의 기운을 순화 시켜 장풍(藏風·바람을 갈무리함)과 득수(得水·물을 얻음)를 통해 ‘생기 터’가 되게 합니다. 기존 저층 아파트는 주변 건물이나 우면산을 포함한 병풍산 형태의 주변 산에 의해 기(氣)를 펼 수 없지만, 고층 아파트가 되면 오히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조화로워지며 우면산의 정기를 받아 기세(氣勢)를 펼치게 됩니다.
3가지 복이 따르는 반포주공 1단지
서초구 최대 규모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반포주공 1단지의 풍수지리적 특성은 어떨까. 반포동은 물형론(物形論)으로 볼 때 주구형(走狗形·개가 달리는 형상)이며, 1주구·2주구·4주구는 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입에 해당하므로 식록(食祿)과 재록(財祿), 관록(官祿)이 따릅니다. 하지만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물고 있는 것마저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동작역과 구반포역, 신반포역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수구(水口)라 합니다. 글자 그대로 물(사람)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주변에 접근성이 좋은 역이 있어 기존보다 많은 사람이 왕래해 더욱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다만, 고층 아파트는 강바람과 습한 기운을 많이 받게 되고, 올림픽대로의 차량에 의한 도로살(소음과 차량에서 치는 바람)이 치기 때문에 대로와 접한 곳에는 밀폐형 담장이나 나무를 빽빽이 심어 비보(裨補·부족한 것을 보완하거나 흉한 것을 막음) 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용맹한 동물상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우면산이 소가 졸고 있는 형상이므로 단지 내에 동물상이 있으면 소가 긴장을 해 깨어 있을 것입니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기대되는 곳
앞으로 반포주공 1단지가 풍수지리적으로 더 좋은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과 공생하는 자연 입지적 도시구조로 세워져야 합니다. 청정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아파트 동과 생활편의시설은 바람길과 물길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문 출입구의 위치와 드나드는 동선의 원활한 흐름은 아파트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파트 방향은 옥각살(건물 모서리), 요살(동과 동간의 좁은 틈새), 천참살(앞 건물이 가위가 되어 거주하는 건물을 절단함) 등을 고려하고 가능한 지맥에 역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풍수지리적으로 여러 사항을 충분히 고려한 후 재건축을 한다면 반포주공 1단지는 서울시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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