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 드립니다.
안산에 있는 ‘고잔 연립3구역’이 재건축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라질 동네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고자 안산으로 떠났다.여러 빌라들로 구성돼 정갈하고 반듯한 모습 속 정겨움을 풍기는
고잔 연립3구역은 30년 동안 안산을 지켜왔다.
그래서 `고잔 연립 3구역’이 어딘데?’ 라고 한다면 지도를 먼저 보자.
‘고잔 연립 3구역’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665-1번지에 있는
4만7417.7㎡를 대상으로 재건축을 하는 지역이다.
문득 안산시 지도를 보니 주로 격자 모양의 도로 체계가 보이고 육각형의 도로도 보여서 꽤 특이해서 방문하기도 전에 흥미가 생겼다.
안산시는 최초로 도시 설계를 통해 수립된 도시로 주거·생산·업무·상업·소비 공간을 분리하면서 각 공간의 상호 간 연계성이 있도록 계획됐다. 1, 2단계로 나누어진 안산신도시계획 중 `고잔 연립 3구역`은 1977년부터 1993년까지 17년간
추진된 안산신도시 1단계 막바지에 지어진 곳이다.
[1]
한 걸음씩 다가가본 고잔 연립3구역
고잔 연립3구역과 가까운 고잔역은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어 덕분에 쾌적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고잔역 1번 출구로 내려 지하차도를 건넌 후 북쪽으로 걸어가보았다.
10여 분간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다.
오늘따라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반갑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안산 신도시가 개발되던 당시부터 주거 지역으로 계획된 ‘고잔 연립 3구역’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차례로 지어진 6개의 빌라 단지들로 이뤄져 있다.
연립 3구역이라길래 연립주택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적혀 있는 이름은 빌라라니.
빌라, 연립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등 참 비슷하면서도 헷갈리는 단어들이 많다.
[2]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단지들
빌라(Villa)는 주택의 한 종류로 해외에서는 교외의 ‘별장’이나 ‘저택’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서는 뜻이 조금 변형되어 다르게 쓰인다.
포털 국어사전에는 빌라를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빌라는 법적용어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 신기하다.
그럼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은 어떻게 나뉠 수 있을까.
둘 다 4층 이하로 제한되고 호실마다 소유권이 다른 `공동주택`임은 같지만
연면적이 660㎡보다 넓으면 연립주택, 그 이하는 다세대주택으로 나눈다.
’고잔 연립 3구역’은 연면적이 660㎡ 넘은 6개의 연립주택 단지라고 해야 맞겠다.
(참고로 다가구주택은 주인이 1명인 단독주택을 말하고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은 아파트라고 한다)
무진빌라1,2차, 삼두빌라, 효진빌라, 진우빌라, 신원빌라7차, 대동빌라 12차.
각 단지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겼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정겨운 동네였다.
햇볕에 말리고 있는 빨래들, 자주 타고 다닌 것 같은 자전거들, 가끔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들이 곳곳에 보인다.
마치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듯 정겹다.
단지 내에는 예쁜 꽃들도 피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편하게 쉬고있는 어미 고양이와 3마리의 새끼 고양이들
사람이 두렵지 않은지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려다가 어미의 부름에 뒤돌아가는 고양이가 귀여워서
한참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잔 연립3구역’은 도시계획으로 구획되어 있어선지 서울의 골목보다 정갈하고 반듯반듯한 모습이었다.
30년이 지났는데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 깔끔했다.
다만 세월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곳곳에 벽돌이 떨어진 자국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연립 주택들은 벽돌로 꾸며져 있지만 사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벽체에다가 바깥에 벽돌 타일들로
미장한 모습이다.
벽돌로 쌓아 올린 조적조 건물은 소규모 주택에는 사용하긴 하지만 3층 이상의 커다란 주택에 보이는 벽돌은 보통 구조
역할을 하진 않고 외부 마감으로만 쓰인다.
‘고잔 연립 3구역’에 있는 연립주택들을 다시 살펴보니 서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점들을 볼 수 있었다.
각각 단지마다 보이는 벽돌 색깔부터 배치된 방향들이 달랐다.
무진빌라(첫 번째 사진)는 남쪽으로 벽돌 타일이 없고 흰 바탕으로 된 평평한 입면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신원빌라(두 번째 사진)는 발코니가 나와 있어서 굴곡진 모습이다.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은 1층을 보니 신원빌라는 전체적으로도 벽돌 타일이 붙여져 있는 것 같다.
동을 세는 방법도 달랐다. 101동 같이 익숙한 숫자로 구분하는 단지와 다르게
가동, 나동, 다동 처럼 한글로 불리는 단지도 있었다.
옆에 붙어 있지만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고잔 연립 3구역’의 단지들이었다.
[3]
동서남북 녹색으로 둘러싸인 곳
유독 나무 의자 몇 개와 나무 한 그루가 놓여져 있는 모래밭이 신경이 쓰였다.
타이어가 박혀있고 알록달록한 울타리가 쳐져 있는 걸로 봐서는 아마 놀이터가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비어있는 모래밭 뒤로는 커다란 나무들과 함께 울창한 숲이 있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원고잔공원이 있다.
곳곳에 체육시설과 함께 벤치도 있어 근처 주민들이 휴식하러 많이 올 것 같다.
새롭게 꾸며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리는데 아까 비어있던 모래밭과 대비되어 보였다.
‘고잔 연립3구역’ 서쪽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된 화정천이 있다.
분수가 자리잡은 화정천 산책길은 물길 따라 걷기 좋았고 자전거를 타는 주민도 보였다.
그 너머로는 화정천과 함께 안산시 단원구의 7경으로 소개되는 화랑유원지가 있다.
화랑유원지는 화랑저수지와 경기도미술관, 광장, 숲 공원, 인공암벽등반장 등 여러 시설과 산책로가 잘 조성돼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화랑 저수지에는 연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낮고도 길게 뻗은 경기도미술관은 옆에 세워진 흰 철골 돛대 모양과 함께
수변 위에 띄운 배처럼 보였다.
남쪽으로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와스타디움이 보였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2004년에 지어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세 개의 공연장과 야외공연장,
그리고 화랑 미술관이 함께 있다.
“안산으로 오세요”라는 의미의”와~” 영어의 감탄사 격인 “WOW”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와~스타디움도
웅장한 모습으로 경기가 펼쳐질 날들을 기다리고 있다.
원고잔공원, 화정천, 화랑유원지 그리고 문화예술의 전당 사이에 있는 ‘고잔 연립 3구역’은 위치적으로 문화예술을
즐기기에 접근성이 좋아 보인다.
30년 동안 자리를 잡은 연립주택들이 아파트로 재건축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