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개발ㆍ재건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사업지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법령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단지의 상황을 점검하다가 해당 단지에 정비 사업조합의 법인등기가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하게 되는 단지가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가능한지, 법적으로 어떤 규율을 받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하나의 도시정비 구역에서 두 개의 추진위원회를 만들 수 있을까?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주택법 제11조 제1항), 이 때 해당 주택 건설 대지가 이미 인가를 받은 다른 주택조합의 주택 건설 대지와 중복되는 경우 인가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9항 후문) 한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승인받은 추진위원회가 있음에도 임의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한 자(제137조 제4호), 조합이 설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를 계속 운영하는 자(동조 제5호)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대법원은 하나의 정비구역 안에서 추진위원회의 복수 승인은 불가함(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두 12297판결)을 밝힌 바 있습니다.
사업구역의 중복, 동일한 목적을 가진 단체의 창설과 사업 추진의 중복을 금지하고 있는 위 법령들과 판례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비록 주택법의 규율을 받는다 해도)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 인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선행되고 있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파행을 겪고 있는 등의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매우 어려우며, 추진위원회가 아니라 재건축 조합이 이미 설립된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재건축 절차는 완료되었지만, 재건축 조합의 해산ㆍ청산 전이라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와 달리, 이미 재건축에 의해 조성된 아파트 단지에서 청산절차까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재건축 조합의 해산·청산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9항 전문에서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해당 주택 건설 대지에 대해 수립되었거나 수립 예정인 도시ㆍ군 계획에 부합하는지 및 이미 수립되어 있는 토지이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주택조합의 설립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계획’은 공동주택 리모델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의 이용과 개발 등이 이루어지는 재건축 사업 등을 당연히 포함하는 개념이라 할 것입니다.
도시정비법 제5조 제1항 제5호, 제9조 제1항 제3호 및 제19조의 규정에 따르면,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는 토지이용계획이 포함되어야 하고, 정비계획에는 도시ㆍ군계획시설의 설치에 관한 계획이 포함되어야 하며, 정비 계획의 결정 및 정비구역의 지정, 고시 후에는 허가를 받아야만 해당 구역에서 건축물의 건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건축’은 건축행위를 수반하는 사업의 추진에까지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주택법 시행령과 도시정비법 규정은 문언상으로만 봤을 때 기존에 수립되어 있는 계획이 존재하는 경우 뒤따르는 사업 추진을 제한하는 내용으로만 보일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9항 전문은 해당 주택 건설 대지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 계획이 수립되어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이루어진 이후 조합이 설립된 경우 등과 같이, 하나의 주택 건설 대지에서 둘 이상의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등의 사유로 문제가 야기되어 주택조합의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원활하게 사업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취지로 보아야 합니다. 즉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9항 후문은 전문과 결합되면서 한 가지 뜻의 제한 규정에서, 규율되지 않는 예외적인 영역을 예정하는 내용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의 모든 절차가 완료되어 조합 설립의 목적이 이미 달성되었고 단지 해산 · 청산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을, 정비 계획의 결정 및 정비구역의 지정·고시에 따른 도시·군 계획이나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와 동일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새로 인가받으려는 주택조합의 사업시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유로 보고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9항 전단에 따라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 인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주택조합 설립 인가 시 이미 수립된 다른 계획에 부합하는지 또는 다른 주택조합과의 중복 여부를 확인하여 원활한 사업 추진을 촉진하려는 주택법령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2021. 9. 14자 법제처 법령해석, 안건번호 21-0388)
결국 재건축 조합이 남아있을 때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은, ‘남아있는 것’이 모든 사업 절차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말소되지 않았을 뿐인 해산·청산등기에 불과하다면 당연히 가능하며, 이와 달리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실체가 있는 단체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불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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