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등의 동의나 의결을 전제로 하는 주요 사항들에 대하여는 필요한 수치 또는 비율을 법정(法定)하고 있습니다.
☑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안전진단 요청(제12조)
☑ 공공시행자의 지정(제26조)
☑ 추진위원회의 구성(제31조)
☑ 총회 의결의 일반 · 가중정족수(제45조),
☑ 대의원회의 구성(제46조), 조합의 해산(제86조의2)
☑ 재개발사업 시행방식의 전환(제123조) 등법정된 도시정비법에는 정비사업 추진 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요건이나 필수적 설치 기관의 구성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에 대한 조건 등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주요한 요건들과 관련한 문제는 사전에 제기되기보다 사후적으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재개발조합에서 공공시행자를 지정하는 경우, 토지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율이 채워지지 않은 경우 또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을 위한 총회에 조합원의 20%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경우라면, 해당 절차의 효력 자체가 발생할 수 없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절차 진행을 논의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사업절차 추진 시에는 모든 요건들이 전부 충족된 줄 알고 진행되었으나, 전제가 되는 사항의 효력에 있어 흠결의 존재가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 이제껏 진행된 절차가 유효 · 적법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문제가 됩니다.
행정처분의 무효 여부는 하자의 중대 · 명백 여부로 판단
정비구역지정 · 고시 이후 도시정비법 제35조 제4항에 따른 정비구역 내 비주택단지 동의율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3인이었던 토지등소유자 중 1인이 가족에게 토지 및 건물 지분을 증여하여 토지등소유자가 7명이 되었던 사례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지 6일 후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이들 가족과 재건축사업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신축될 건물을 관리처분계획에 의하지 않고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 쳬결은 재건축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기(잠탈) 위한 추진위원회의 편법 내지 탈법행위에 해당하기에 수증자들은 토지등소유자의 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제주지방법원 2021. 12. 7. 선고 2019구합5339판결).
여기서 법원은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두2403 판결 등)고 밝혔습니다.
즉, 비주택단지의 재건축 동의를 전제로 약정을 체결한 추진위원회의 행위는 재건축 사업 추진 단계에서의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로, 편법 또는 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동의율 미달과 이에 따른 조합설립인가 효력의 존부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포함해서 구 도시정비법에 따른 동의율인 ‘과반수’를 충족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나,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제외하는 경우 동의율이 49.75%가 되었던 사례에서의 조합설립인가 효력은 유지가 될까요?
서울행정법원은 도시정비법 시행령과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조합정관에 ‘특정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적법하게 재개발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그 조합의 정관에 의하여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에게도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뿐, 조합이 설립되기도 전부터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가 구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가목이 정한 토지등소유자에 포함되어 당연히 조합원의 자격을 가진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으므로 동의자 수 산정에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를 포함시킨 하자는 중대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1. 7. 21. 선고 2010구합24067 판결).
그런데 법원은 행정청의 처분 당시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구 도시정비법 소정의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을 때 위와 같은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조합설립인가의 전제로서)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를 포함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이들을 제외할 경우 동의율이 약 42.3%로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의 ‘토지등소유자 5분의 4 이상’ 요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게 되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을 부인한 바 있는데(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두12228판결), 결국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정 최소 구성원 수 미달인 상태에서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의결한 경우
이는 도시정비법 제46조가 정한 전체 조합원 10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미달인 상태로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대의원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선거가 이루어진 사안입니다.
법원은, 대의원 수를 규정한 위 도시정비법 규정이 대의원회가 조합원 총회의 의사결정을 갈음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갖추도록 하기 위하여 요건을 설정한 것으로써 강행규정에 해당함을 전제로 해당 대의원회 결의는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8. 6. 29. 선고 2018가합15447판결).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조합이 대의원회에 권한을 위임한 사항에 대해서도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전제로, 최소 대의원 수인 100명에 미달하는 99명으로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보궐선임이나 업체선정이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총회에서 위 안건들을 다시 의결 또는 승인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서울고등법원 2015. 9. 15.선고 2015라20409판결), 구성상 하자가 있는 대의원회 의결이 조합의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합원이 참고해야 할 사항 등 결론
재건축조합의 경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에 따라 도시정비법 제35조 제3항에서 정한 동의율(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전체 구분소유자 및 토지면적 4분의 3 이상의 구분소유자의 동의)을 충족시켜야지 창립총회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여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의제(간주)되는 상가소유자들은 추진위원회와의 협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때에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3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30일 제한을 받지 않기에 창립총회 일정이 잡힌 이후 반대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창립총회 개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때문에 추진위원회의 자문변호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예견되는 경우 창립총회에 예비적 제척 안건(공유물분할)을 상정할 것을 조언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경우 충분한 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할 것입니다.
즉, 법정된 사항의 흠결과 관련하여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반드시 자문변호사의 검토를 받고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이는 절차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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