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조합장이 유고, 질병 등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조합원 등이 신청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받거나 총회의 의결로 해임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 경우 총회에서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되기까지 1) 조합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조합장 직무대행자 내지는 2) 법원에서 선임하여 임명되는 직무대행자, 3) 도시정비법상 전문조합관리인이 조합장을 대신하여 조합을 대표하게 되는데요, 이때 선임된 방법에 따라 직무대행의 권한 범위는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각 선임 방법에 따라 선출된 직무대행자의 업무는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조합장을 대신하여 사업시행계획, 임원 변경 등을 위해 총회를 소집하는 행위도 가능할까요? 관련 판례를 통해 함께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관상 직무대행자의 업무 범위
대부분 조합에서는 조합의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조합장에 대하여 일정한 사유(유고 및 질병, 사임, 해임 등)가 발생하여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상근)이사 중 연장자순”으로 조합을 대표합니다. 정관상 직무대행자는 원칙적으로 조합장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5. 10. 23. 선고 2015나17274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 판결은 이와 같은 원칙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경기도 군포시 소재 재건축조합에서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조합장 등 선출, 사업시행계획변경 승인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한 사례에서, “이 사건 정관은 임시총회의 개최를 조합장의 권한으로 정하면서(제20조 제4항), 조합장이 사임하는 경우 이사 중에서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임시로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제16조 제6항, 제18조 제4항), 가처분에 의한 직무집행정지 시의 직무대행자는 가처분의 잠정성으로 인하여 상무에 속한 행위밖에 할 수 없지만 정관에 의한 직무대행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임원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도시정비법과 이 사건 정관에는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관에 의하여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갑이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한 것은 그 권한 내의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조합정관에 기초해 선임되는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경우, 정관에서 특별히 그 직무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면 대표자로서 모든 권한을 대행해 수행할 수 있고,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거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변경하는 총회의 소집도 모두 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법원에서 선임한 직무대행자의 업무 범위
그러나, 법원에서 선임하여 임명된 직무대행자는 그 업무 범위가 통상사무에 한정됩니다. 도시정비법 제49조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이에 민법 제60조의 2는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가처분에 의해 법원에서 선임된 직무대행자는 가처분명령에 별도로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하고, 다만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대법원 2011. 9. 20.자 2011마1438 결정도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재건축조합 조합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한 경우, 그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의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므로 재건축조합을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 내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행할 수 있을 뿐이고, 재건축조합의 근간인 정관의 변경이나 임원의 해임 및 선임 등 임원진 구성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하는 행위는 이를 재건축조합의 통상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가처분명령에 특별히 정한 바 있거나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새로운 조합장 등이 총회에서 선출될 때까지 통상사무만을 대행할 수 있고 통상사무 외 업무는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법원에 의해 선임된 직무대행자가 통상사무 외 사무를 하기 위하여서는 별도로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주의 및 참고사항
주의해야 할 점은, 법원에 의해 선임된 직무대행자도, 도시정비법상 ‘조합의 임원’으로서 총회의결사항에 관하여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추진한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을 유념하고 도시정비법 및 조합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조합을 운영하여야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138 판결).
한편, 도시정비법 제41조 제5항은 조합임원이 사임, 해임, 임기 만료, 그 밖에 불가피한 사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부터 6개월 이상 선임되지 아니한 경우(제1호),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로 전문조합관리인의 선정을 요청하는 경우(제2호), 시장, 군수 등은 변호사 등으로서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정하여 조합임원의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자주 사용되고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지자체별 시도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합의 총회에서 조합장과 이사 등이 모두 해임되어 정관상 직무대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전문조합관리인의 선정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
제41조(조합의 임원) ⑤ 조합임원의 선출방법 등은 정관으로 정한다. 다만, 시장ㆍ군수 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시ㆍ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변호사ㆍ회계사ㆍ기술사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자를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정하여 조합임원의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 1. 조합임원이 사임, 해임, 임기만료, 그 밖에 불가피한 사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부터 6개월 이상 선임되지 아니한 경우 2.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로 전문조합관리인의 선정을 요청하는 경우 |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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