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사업비는 통상적으로 자금차입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사업 초기 단계인 추진위원회인 경우 사업 진행을 위한 사업비 마련이 더욱 절실합니다. 한편, 도시정비사업은 모든 절차가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그 절차는 무효가 될 수 있는데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자금차입이 주민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따로 받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판례를 통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금차입을 위하여 주민총회와 별도로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판결
자금차입을 위하여 주민총회와 별도로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 2. 6.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 및 위 법 시행령(2009. 8. 11. 대통령령 216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을 근거로 판단하였는데, 해당 법령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구 도시정비법(2009. 2. 6.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제14조 (추진위원회의 기능) ①추진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안전진단 신청에 관한 업무 2.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 한다)의 선정 3. 개략적인 정비사업 시행계획서의 작성 4.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5. 그 밖에 조합설립의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 ③추진위원회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에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9. 8. 11. 대통령령 216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3조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①법 제14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추진위원회는 업무의 내용이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ㆍ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때에는 다음 각호의 기준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다음 각호의 사항 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1.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 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작성 나. 정비사업을 시행할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 2.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 가. 법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 한다)의 선정 나.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
대법원은 위 규정에서 정한 동의는 주민총회와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자금차입 안건이 주민총회에서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받을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추진위원회에서 자금차입을 위해서는 주민총회뿐만 아니라 운영규정에 따른 서면동의도 필요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55705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16905 판결,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59272 판결).
대법원판결 이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 이후 판결의 근거가 되었던 구 도시정비법 제14조는 2009. 2. 6. 개정되었고, 위 법 시행령은 2009. 8. 11.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 도시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14조(추진위원회의 기능) ①추진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개정 2009. 2. 6., 2010. 4. 15., 2012. 2. 1.> 1. 삭제 <2009. 2. 6.> 2.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2의2.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 3. 개략적인 정비사업 시행계획서의 작성 4.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5. 그 밖에 조합설립의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 ②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3조에 따라 시장ㆍ군수의 추진위원회 승인을 얻은 후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09. 2. 6., 2013. 3. 23.> ③ 추진위원회는 제16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하여야 한다. <신설 2009. 2. 6.> ④추진위원회가 제1항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정 2009. 2. 6.> |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18. 2. 9. 대통령령 제2862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3조(추진위원회의 업무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① 법 제14조제4항에 따라 추진위원회는 정비사업의 시행범위를 확대 또는 축소하려는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개정 2009. 8. 11.> |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이 종전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라면 모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였던 것과는 달리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한하여만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개정되었습니다. 위 규정에 따를 때 자금차입 시 주민총회 이외에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광주지방법원은 위와 같이 법령이 개정된 취지는 추진위원회 및 정비사업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하면서, 운영자금 차입은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지만,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이므로 자금차입 시 별도로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0가합57207 판결).
이후 도시정비법이 2017. 2. 8. 전부 개정되면서 종전 제14조 제4항은 제32조 제4항에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 따른 하위 시행령은 현재까지 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법령이 개정된 취지 및 광주지방법원의 판단에 비추어볼 때, 현행 법령에서 자금차입 시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도록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상, 자금차입을 위하여 서면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결론 및 참고사항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의 경과에 비추어볼 때, 자금 차입 시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과거 대법원 판단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행 도시정비법은 제32조 제4항에서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사항 및 이에 따라 필요한 동의율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시행령에서는 오랜 기간 이에 대하여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후 이와 같은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매거진H 콘텐츠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이메일 admin@magazineh.com 로 문의 가능합니다.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