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맞춤法 사전 ㊲ – 신탁방식의 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에게도 전체회의 소집권한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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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시행규정 확정,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 등과 같은 주요 사항에 대하여는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회의 소집은 사업시행자가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사업시행자가 소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음에도 신탁업자가 전체회의 소집을 거부하는 경우, 소집 요구한 토지등소유자들이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을까요?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전체회의 소집에 관한 규정

도시정비법이 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면서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현행법 제27조 제1항 제3호), 신탁업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신탁업자는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 ‘시행규정의 변경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시행규정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현행법 제53조). 또한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우 신탁업자로 하여금 ‘시행규정의 확정 및 변경에 관한 사항’ 등 사업 시행의 주요 사항에 관하여 해당 정비사업의 토지등소유자(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것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를 말한다)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 즉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였습니다(현행법 제48조). 이는 신탁업자의 정비사업 참여 허용을 통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도록 하되, 신탁업자의 독단적인 정비사업 시행을 방지하고, 시행규정의 확정 및 변경,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 사업시행계획의 수립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등 사업 시행의 주요 사항에 관하여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토지등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데 있습니다.

신탁업자가 전체회의 소집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48조 제2항에서 사업시행자가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사업시행자가 소집한다고 정하고 있고 표준시행규정 제10조에서도 전체회의 소집은 도시정비법 제48조 제2항에 따른다고 정하고만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정비법 및 시행규정에서는 전체회의 소집권자를 신탁업자로만 정하고 있고, 토지등소유자가 신탁업자에게 소집 요구를 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하여 정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합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있어 서울시가 발표한 표준정관 제20조에 따르면 조합원의 소집 요구가 있는 경우 조합장은 2월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조합장이 2월 이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 감사가 지체 없이 총회를 소집하여야 하며, 감사가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소집을 요구한 자의 대표자가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소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부산광역시 표준정관 경우에는 조합장 및 감사가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 소집을 요구한자의 대표자가 구청장의 승인 없이 총회소집을 하도록 하고 있어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에게 총회 소집권한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신탁업자가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 전체회의 소집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면, 도시정비법 제48조 제2항에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는 사업시행자가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사업시행자가 소집한다.’라는 명문의 규정상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한다면, 신탁업자는 소집요구한 안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토지등소유자 전체 회의를 소집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신탁업자가 전체회의 소집을 하지 않은 경우 소집을 요구한 토지등소유자들이 표준정관의 내용처럼 전체회의 소집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논의는 조합방식의 정관과 신탁방식의 시행규정의 법적 성격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합니다.

신탁업자가 전체회의 소집을 하지 않은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을까?

법원은 시행규정 변경의 방법에 정관 변경에 관한 내용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1다294889 판결 등 참조).” 등을 근거로 들며 “정비사업조합은 정비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토지등소유자들이 구성한 단체이고, 정관은 조합의 자치규범으로서의 성질을 지니는 반면, 신탁방식의 재건축사업에 있어 토지등소유자들은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사업 시행에 관한 주요 사항에 관한 의결을 할 뿐이고, 시행규정은 그 작성 주체가 신탁업자이므로, 시행규정을 조합 정관과 같은 자치규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정관은 조합원의 자격, 조합의 기관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비롯한 단체법적인 규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시행규정은 신탁업자가 단독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함을 전제로 토지등소유자가 신탁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의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하여 시행규정 변경 방법에 정관 변경에 관한 내용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4. 24. 선고 2023나2043212 판결).

이처럼, 시행규정과 정관의 법적 성격, 내용 등이 다른 점에 비추어볼 때, 시행규정과 표준정관을 동일하게 볼 수 없는바, 총회소집에 관한 표준정관의 내용을 시행규정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의 경우, 도시정비법 및 시행규정에 따라 전체회의 소집권한은 신탁업자에게만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일 뿐,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전체회의 소집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론

현행 도시정비법 및 표준 시행규정에 따르면 신탁업자가 전체회의 소집 요구를 거부하여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전체회의 개최소집권한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행법 제도는 도시정비법이 2015년 신탁업자를 정비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도록 하면서 ‘신탁업자의 독단적인 정비사업 시행을 방지하고, 사업 시행의 주요 사항에 관하여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하여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정한 법적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법취지에 따라, 토지등소유자들의 의사가 반영된 정비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표준정관과 마찬가지로 신탁업자가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소집 요구를 거부할 시 소집 요구 대표자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이 표준시행규정 또는 도시정비법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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