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정비사업 입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유찰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은 경쟁입찰이 반복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하거나 조합이 우선협상 대상자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와 수의계약체결을 하여야 함에도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경우 조합은 시공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관계 법령 등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제4항에서는 두 차례 이상 입찰이 유찰될 경우, 조합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에 따라 시공사가 입찰에서 2회 이상 단독 입찰한 경우 해당 시공자는 통상적으로 입찰지침서의 내용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며, 조합과의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절차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조합이 수의계약 체결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공자의 귀책이 없음에도 수의계약 체결을 거절할 경우 조합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도급계약 불발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대법원은 도급인이 될 자가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절차를 진행하여 낙찰자를 결정한 경우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한다.” 라고 판단하면서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때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낙찰자가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므로 입찰을 실시한 자는 낙찰자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이행이익 산정에 있어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음으로 인해 시공사가 부담하지 않게 된 비용이나 사업상 위험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41659 판결).
법원은 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조건 협의가 결렬되었다는 이유로 시공자 선정 취소 결의를 하여 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위 대법원의 판시사항을 근거로 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으며, 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조합이 시공사가 본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행이익의 40%로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7. 선고 2020가합539085 판결). 그리고 법원은 조합이 공사계약의 주요 내용과 조건에 합치가 이루어졌음에도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계약 체결을 거부한 사안에서 이러한 계약 체결 거부 행위는 예약 채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춘천) 2015. 12. 9. 선고 2014나1268 판결).
결론 및 참고사항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볼 때, 2회 이상의 유찰로 인하여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경우, 조합과 시공자는 예약의 계약 관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조합은 시공자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계약 체결 과정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조합이 계약 체결 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조합은 시공자가 계약 체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배상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손해 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이행이익 중 일부를 감액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나, 시공자 도급 금액 자체가 전체 사업비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 손해배상액은 상당한 금액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조합과 시공사 모두 계약 협상을 신중하게 임해야 하며, 조합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우선 협상대상자와의 계약체결을 거부할 경우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